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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을 가진 동지는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옛날에는 동지를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기 때문에 풍속적ˑ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었다고 한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은 어디에서 유래했고 먹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팥죽의 유래

동지 팥죽
새알심이 들어간 팥죽

 

팥죽은 말 그대로 팥을 주재료로 만든 죽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동짓날에는 천지신과 조상의 영혼을 제사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설’이라 하였다고 한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동지 팥죽
팥을 두려워한 공공씨의 아들을 쫓기 위함에서 유래한 팥죽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다고 한다.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동지(冬至))]

 

이것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떡국 이전에 '동지를 지나야 진짜 한 살 더 먹는 것이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 밤이 길고 날이 추워 호랑이가 교미를 하는 날이라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 불리기도 했다.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울수록 풍년을 알리는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귀신 퇴치

동지 팥죽
팥죽은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팥을 푹 고아내어 죽을 만들고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넣어 끓이는 것이 보통이며, 동짓날 팥죽은 신앙적인 뜻을 가지고 있어서 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고 한다.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 악귀를 모두 쫓아내고 다 식은 뒤에 먹었다고 한다.

 

색깔이 붉은팥은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 귀신의 음의 기운을 물리치는데 효과적이라고 믿어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어 왔다. 동짓날에 팥죽을 대문이나 문 근처 벽에 뿌리는 것도 악귀를 쫓기 위함이다.

질병 예방

동지 팥죽
우물에 팥죽을 넣으면 물이 맑아진다고 믿었다

 

민간 신앙의 나라답게 전염병이 창궐할 당시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사라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또,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면 악귀를 쫓을 수 있다고도 믿었다.

 

안 단 팥죽 VS 단팥죽

동지 팥죽동지 팥죽
짭짤한 반찬을 곁들여 먹는 한국식 팥죽과 달달하게 만들어 먹는 일본식 팥죽

 

팥죽은 본디 단맛을 내지 않기 때문에 단팥죽이라는 개념은 일본에서 처음 유래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팥죽에 소금으로 간을 하거나 김치와 같은 반찬을 곁들여 먹는 반면, 일본은 굉장히 달게 먹는 것이 특징이다. 새알심과 비슷한 찹쌀 경단이나 떡을 넣어서 먹는다.

 

겨울에 많이 먹는 음식인 것은 동일하며, 단맛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매실장아찌(우메보시)나 소금 다시마(시오콤부) 같은 자극적인 반찬과 함께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달지 않은 팥죽보다 단팥죽을 선호하는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많은 가게들이 단팥죽을 많이 만들어서 팔고 있다.

 

동짓날 풍습

 

팥죽 대신 팥시루떡?

동지 팥죽
애동지나 중동지에는 아이들을 위해 팥시루떡을 했다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이 지나면 태양이 부활한다고 믿은 우리 조상은 '작은설'이라고 여겼다. 음력을 사용했던 과거에는 동짓달이 초순이면 애동지, 중순이면 중동지, 하순이면 노동지라 불렀다.

 

팥죽을 기본적으로 먹는 동지이지만, 애동지나 중동지에는 팥시루떡을 해서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삿날에나 하는 팥시루떡을 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팥죽이 좋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동지헌말

냐미
새 버선을 신고 무병장수를 기원했다

동지헌말은 동지에 집안의 며느리들이 시댁 여자들에게 버선을 지어 바치는 일이다. 형편이 좋은 집에서는 아이나 어른의 옷을 지어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옷을 지어주지 못하는 형편이라도 버선은 꼭 지었다. 

 

이것은 송나라 때 버선을 지어 복을 비는 관습에서 유래되었는데, 민간으로 퍼져 시부모에게 버선을 지어드려 부귀영화와 장수를 빌었다. 동지부터는 해가 길어지기에 명도 길어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동짓날 며느리가 지어준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그림자를 밟으면서 오래 살기를 바랐던 것이다.

 

달력 나눔

동지 팥죽
조선시대에도 여전했던 달력 나눔

지금까지도 연말이 되면 달력을 흔히 주고받곤 하는데,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내년 달력을 만들어 궁중에 바치면, 궁중에서 이 달력들을 국왕을 보필하는 신하에게 나누어 주었다. 

 

달력을 간행하는 것은 농사를 짓고 살았던 조상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다가올 크리스마스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이 짙은 동짓날을 기억하고 가능하다면 팥죽도 한 번 먹으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해보는 건 어떨까?

 

든든하게 팥죽 한 그릇 먹으면서 도란도란 모여 한 해가 어땠는지 이야기하면 포근한 연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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