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링 로맨스', 이선균·이하늬·공명의 작정한 B급 코미디

4월 14일에 개봉하는 영화 '킬링 로맨스'. 아주 대놓고 B급 영화라고 예고편부터 홍보하는데, 언뜻 보면 외국영화 같기도 하다. 쨍한 색감과 굳이 숨기지 않는 CG, 찰리 채플린 수염을 달고 나오는 이선균까지.. 배우들이 촬영하는 내내 한 씬이 끝날 때마다 현타가 찾아왔다고 하더라.

 

이 작정하고 만든 B급 코미디 킬링 로맨스에 대해 한 번 들여다보자.

---

극한직업 캐스팅

일단 주연 배우의 캐스팅에서부터 작정한듯 보이는 이하늬와 공명의 캐스팅. 심지어 공명은 복무 중에 영화 촬영을 한 것 같다. 극한직업이 떠오르는 배우 선정에 얼마 전 드라마 '원더우먼'에서 제대로 활약한 이하늬표 코믹 연기로 B급 감성을 진하게 우려내려는 의도가 보인다.

 

가장 의문이 들었던 것은 이하늬의 상대역으로 이선균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이름부터 싼티 나는 캐릭터를 맡았다는 점이다. 내 기억 속 이선균은 '나의 아저씨'에서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이지안'을 평안에 이르게 한 멋있는 아저씨였는데 말이다.

나의 아저씨

갑자기 찰리 채플린 콧수염을 달고 익살스러운 표정연기를 하면서 아랍 재벌 같은 분위기를 풍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심지어 극 중 이름이 '조나단 나'로 줄여서 '존 X'인 것부터 놀랄 노 자다.

 

이선균 또한 인터뷰에서 '정말 이상한 대본이었다'라고 말하며, 이원석 감독의 데뷔작 '남자사용설명서'를 재밌게 봐서 감독의 연출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는데..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입장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킬링 로맨스 조나단

장르의 변주곡?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가 아닌데도 뮤지컬 장르를 끼워넣어서 중간에 배우들의 노래가 장면 장면 사이에 연출되면서 온갖 장르를 다 집어넣은 굉장히 특이한 변주곡을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B급의 절정이라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사연을 노래하는 뮤지컬 비슷한 장면에 굉장히 과장되고 만화적인 캐릭터가 호불호를 크게 가를 것이다.

발연기 톱스타, 돈은 많지만 가스라이팅으로 아내의 독립성을 죽이는 남편, 복수를 돕는 극성팬까지 어디 하나 제대로 된 캐릭터가 없다. 입체적이라고 하면 입체적일 수 있는데, 그냥 설득력이라고는 1도 없이 제대로 돌아버린 영화를 만들려고 작정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CG도 최대한 티 나게, 대사도 최대한 킹받게, 연기도 최대한 익살스럽게 표현된다. 이하늬표 코미디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충분히 웃으면서 볼 수 있을 테지만, 보는 사람까지 민망해지는 연출에 부끄러움은 왠지 우리 몫이 될 것 같은 기분은 떨칠 수가 없다.

 

유치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재밌게 볼 수도 있...을거라고 감히 예상해 본다.

킬링 로맨스 스틸컷

국산 외국영화

이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에 의하면,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을 관객들에게 관철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을 많이 닮아 있다고 한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조숙과 유치함이 공존하는 별난 캐릭터들을 인공적인 미장센으로 풀어낸 짐 자머시 스타일의 무덤덤한 표정을 가장한 낭만적인 인디 코미디 장인이다.

 

색깔과 비전이 확고하고 색채가 아름다워 소위 '힙하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온갖 장르 다 집어넣어서 잡탕이 되어버린 것 같은 킬링 로맨스에 비해 웨스 앤더슨의 각본은 완벽주의자적인 성격 탓에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며 통제된 상황에서 구상한 장면을 구현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대표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적으로 아주 훌륭할 뿐더러 스토리 면에서도 1930년대 파시즘의 고통, 공산주의 시대에 몰락하는 모습, 당시 유럽의 낭만과 예술 등을 뛰어나게 재현하여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2014년 베를린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런 부분에서 킬링 로맨스가 이런 점을 많이 카피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말 그대로 국산 외국영화다.

 

예고편을 한 번 감상해보길 바란다.

킬링 로맨스 예고편

---

정말 좋게 보면 우리나라 영화도 평범한 상업영화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힙해 보이고 참신함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시행착오가 있어줘야 더 나은 국산영화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 않을까.

킬링 로맨스 포스터

↓함께 보면 좋은 글↓

영화 소울메이트 개봉 원작 줄거리 들여다보기

스즈메의 문단속 국내개봉 줄거리 평가 성우진 들여다보기

아바타 2, 13년만에 개봉! 죽어버린 극장가 되살리나